김 종 규 (본사주필)

돌이켜 생각하니 그 때가 지난 60년대 초의 정치 격동기! 암울했던 그 시절의 사회상이 새삼 떠오른다.! 북풍설한 빙하(氷下)의 계절이었던가!  나는 당시 합동통신 경찰기자로 서울시경 산하 11개 경찰서를 불철주야 넘나들었고 4.19 데모 현장 취재에도 선배들과 당시의 민국일보 한우석 기자와 때로는 동승차량으로 시경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대학생 4.19 데모사태는 거슬러 그 해 2월부터 시작되어 부산․마산․서울․대구․광주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절정에 이르자 그 해 4월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성명과 함께 부정선거로 얼룩진 부패한 자유당 정권이 무너졌다.

 그 후 허정 과도정부․윤보선 민주당 정부로 이어지면서 구정권 주역 실세들에 대한 혁명 검찰부의 단죄가 시작되는 등 그치지 않는 대학생 대모가 국내 치안사항이 1년여 동안 혼란에 빠져 있었다.

 61년 돌연 5.16 군사혁명의 총성이 울렸고 서울과 전국 주요도시 거리는 혁명 포고령과 함께 무장군인들로 둘러쌓인 서슬퍼런 공포의 거리로 인권 없는 무차별 세태였다.

 군부의 언론검열이 시작되면서 많은 정치인․교수․종교인․언론인․대학생들이 연행되고 각종보도가 통제되는 등 일시에 언론사 활동이 마비되는 군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군정시대를 유용한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선배들의 만류에도 그 해 9월에 육군에 자원입대. 전방 맹호부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동아일보 백광화 부국장(정치부), 서울신문 이규배 논설위원, 소설가 조대길 님 들이 보내주신 격려편지는 제대 훗날 나를 다시 동아일보 기자로 복귀하게 한 한 폭의 인생드라마가 되었다.

 그 후 지난 80년도까지 20여년동안 나는 동아․신아일보기자로 수도권지역, 서울법조청을 번갈아 출입하면서 사랑받던 선배들의 체취(體臭)와 다양한 취재기법의 가르침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니 동아일보 정치담당 국장 백광화님은 60년대 정치격동기를 전후해(자유당, 4.19, 민주화 정부, 5.16 혁명) 국내 정치현실을 “단상 단하”(壇上壇下) 고정란을 만들어 깊이 있고 예리한 정치평론으로 그 시대를 풍미해 수십만의 동아일보 애독자를 양산했던 대 선배님이었고, 언제나 국내외 정치기사 취재의 선두주자로 각 통신사를 긴장시킨 박기병(국화통신 부국장), 이윤수 국장, 손득용(합동통신 정치부장),친여지 서울신문임에도 불편부당한 논조와 뛰어난 비판으로 항시 5대지를 감동시켰던 이규배(서울신문 논설주간)님, 그리고 정치변혁의 격동기 민주당 정권 혁명검찰부와 5.16 군사재판에서 드러난 자유당 시절의 부정부패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엄청난 비리사건 보도로 국민을 놀라게 했던 법조청 담당 조동오(한국일보부장), 한상용(신아일보부장), 장정호(조선일보 부장), 박동춘(국회통신부장)님 등 그 시대 권부를 움직이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취재전선에 뒤따르던 시절이었다.

 생각나는 특종기사로는 1) 종로서에서 이정재(자유당 감찰부장, 동대문상인회장)사택 경비전화 설치 사건 보도로 “자유당 폭력조직을 파헤쳐 정계와 국민들의 분노를 불지핀 일대(이기붕 배후조직)정치사건” (동아 연5회 보도), 2)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경기도경 대공분실) 정치인 고문조작사건(동아9회, 신아5회 보도) 그리고 3)여주 대신파출소 앞 50m 거리 넘사밭 지하의 돼지우리 속 “인생유폐5년” 부친의 애첩을 본부인 자식들이 굶겨 죽이려던 살인미수사건(신아 4회 보도). 4) 여주 홍문파출소 앞 50m 거리 움막집에서 4회나 발생한 강도상해 사건이 신고묵살된 경찰직무유기 사건 “버림받은 인권” (신안 5회 보도)사건 등이 기억에 생생히 남는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그리운 선배님들! 어디에 계시는지! (계속)